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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 공유 박보검 주연

영원히 죽지 않는 복제인간으로 살아가는 게 불행일까? 아니면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이 더 불행할까?

 

오직 인간의 생명연장을 위해서만 실험체로 존재하는 복제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이 더 클까? 아니면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이 더 클까?

 

이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물음표를 담고 있다.

 

서복 포스터

 

영화의 제목 <서복>은 진시황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찾아 떠났던 신하의 이름이다. '죽지 않는 존재'에 대한 욕망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 시간에도 인간의 생명연장을 위해 많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깐 말이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명체 '서복(박보검)'은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 이 복제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물로 인간은 이제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이 연구는 공격을 받는다. 언젠가 죽는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데, 만약 죽지 않는다면 욕망만 남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복'을 없애버리려고 한다.

 

과거 트라우마로 외부로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전직 요원 '기헌(공유)'는 서복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기헌은 뇌종양 교모세포종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을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만약 업무를 잘 수행하면 서복의 몸에서 빼낸 물질로 그를 치료해 주겠다는 연구소의 제한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공격으로 둘 만의 특별한 동행이 시작된다.

 

연구소에서 한 번도 벗어나 본 적이 없던 서복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하다. 그래서 빨리 업무를 끝내고 싶어 하는 기헌과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 과정에서 서로는 같은 고민과 고통이 있음을 알게 된다.

 

"계속 생각해요. 내 운명에 대해서"

 

연구소에서 하루 종일 뭘 하며 보내냐는 기헌의 질문에 서복은 이렇게 답했다.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실험실에서는 철저하게 실험체로 취급받는 서복이다. 그들에게 서복은 동물의 실험처럼, 그의 몸에서 인간의 불로장생을 위한 결과물만 빼내면 되는 존재일 뿐이다.

 

 

 

<서복>의 한 장면

 

 

하지만 서복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살아있는 게 아름답다는 것도 알고 "나도 뭐가 되고 싶어도 돼?'라며 눈물 흘릴 줄 아는 존재이다.

 

한편으로는 실험실에 갇혀 자신의 몸에서 결과물을 영원토록 뽑아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것이 자신이 태어난 존재 이유니깐. 그 간격에서 오는 슬픔.

 

서복은 곧 다가온 죽음을 두려워하는 기헌에게 이렇게 묻는다.

"사람들은 어차피 다 죽잖아요. 근데 민기헌씨만 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에요?"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 세상을 떠나는 게 싫기 때문일까? 아니면 죽음 이후를 모르기 때문일까? 태어났다면 누구나 가는 끝이지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두려운 게 아닌가 싶다. 세상 모두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좀 덜 두려울까?

 

영화 내내 보여지는 '서복'의 눈물도 '기헌'의 괴로움도 모두 결국은 같은 물음이다. 영원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끝이 없다는 게 어떤 것인지, 우리의 삶은 무엇인지.

 

<건축학 개론>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이용재 감독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데 오래 걸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인간의 몸이면서도 실험체로 살아가야 하는 서복의 슬픔을 따라가는 데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SF 영화를 보면 과장되거나 황당한 신이 많아서 거부감이 들 때가 많았는데 이 영화는 SF적 기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충분히 서복이 보여주는 감정신에 녹아들기 때문에 그가 휘두리는 분노에 수긍이 된다고나 할까?

 

덧붙이자면, 연구소의 한 장면으로 지나갔던 돼지 한마리의 모습이 계속 생각났다. 온몸에 주렁주렁 줄이 꽂힌 채 누워 있던 돼지의 모습. 오직 인간을 위해 실험체 대상으로만 쓰일 뿐인, 돼지뿐 아니라 이 시간 많은 연구소에 갇혀 있을 그들의 존재가 느껴졌다.

 

왠지 미안한 마음. 인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서복과 같은 말을 할 것 같다. '계속 생각해요. 내 운명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한쪽 마음에는 더 많은 연구가 성공해서, 죽음의 두려움 없이 오랫동안 살고 싶은 목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유한한 삶과 무한한 삶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의 욕망. 

 

<서복> 박보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