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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알랭 드 보통>

[제목]
저자 : 알랭드 보통
출판 : 청미래
발매 : 2009.12.28
분야 : 에세이

 

처음에 책 제목만 듣고서는 왜 알랭 드 보통은 공항에서 일주일이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공항에서 무엇을 봤을까?’ 보다 먼저 들었다. 공항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며 서로 교차되는 곳. 현대 문명의 기술이 모아진 공항 건물은 웅장하다. 그 안에 들어가면 마치 내가 개미가 되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천장은 높다. 또 얼마나 넓은지?

 

 

공항에서-일주일을-표지
공항에서 일주일을

 

축구장 네 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런던 히드로 공항 출발 대합실 어느 한 곳에 책상을 배치해서 저자는 그곳에서 공항의 모습을 담았다. 저자는 공항 어디든 갈 수 있었다.

 

탑승객들이 스쳐 지나가는 곳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머무는 장소도 살피고 공항의 호텔에서 잠을 자면서 공안 전체를 탐색했다. 흔한 팸플릿 대신 예술적으로 공항을 그려보고 싶다는 공항 소유주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공항의 홍보를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작가의 눈을 통한 시도는 참 특이하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공항에 대한 이미지 외에 특별한 것이 전혀 없다. 이미 사진으로 영상으로 그리고 자신의 두 눈을 통해서 공항의 모습은 많이 담고 있다. 출입제한 된 공간에 대해서 좀 더 볼 수 있다고 뭐 그리 특별한 것이 있겠는가? 호텔 면세점 서점 매표소 터미널 등 사진과 함께 그의 글로 쓰는 스케치가 덧붙여졌을 뿐이다.

 

만약 저자의 이름만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면, 어쩌면 포장된 광고 팸플랫 같은 성격에 실망할 수도 있다.

 

밤에-착륙하는-비행기-모습
공항에서 일주일을

하지만 여기에 이 책의 장점이 있다. 그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어쩌면 이것이 소유주가 의도한 점이겠지만. 너무 평범해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대상에도 저자의 시선이 머물면 그것이 문장이 되고 글이 되었다.

 

만약 활주로에 비행기가 늘어져 있다면 비행기들이 학교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학생들처럼 들쭉날쭉하게 각기 다른 높이에 줄을 서서 북쪽 활주로를 향하야 마지막 하강을 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마치 저자와 나란히 걸으며 공항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면서 눈앞에 사물이 어떻게 글로 바뀌어 표현되는지 어렴풋이 배우는 느낌이었다.

 

공항의-사람들-모습
공항에서 일주일을

그래도 공항의 가장 매력은 사람이다. 슬픔에 몸을 떨며 그들만의 의식을 치르는 젊은 연인들의 뜨거운 키스. 이혼 때문에 떨어져 지낸 어린 자식과의 만남. 귀국에 기뻐하는 가족들의 환영식.

 

도착했을 때 누군가 의미 있는 사람이 나와 주기를, 설령 12년 반 전에 죽었다고 해도 그래도 그들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기대감으로 설레며 주위를 살피게 되는 마음, 그런 사람들의 사연이 있기에 공항은 오늘도 매력적인 공간이다.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내는 공항이라는 단어! 맞어! 우리에게 한때 공항은 이런 곳이었지! 다시 이 책의 내용처럼 사람의 이야기로 가득 찬 그런 공항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