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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목이 자극적입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 엄마는 자식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까?' 하는 궁금증에 일단 눈이 멈추게 됩니다.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할 수가 없는 말이니까요.

이처럼 저자의 인생이 그랬습니다. 갑자기 건강하던 아이가 열두 살에 원인 모를 병으로 의식불명에 빠져버린다면 이 삶은 불행일까요? 아니면 4년 뒤 기적처럼 의식이 돌아온다면 행복일까요? 이처럼 우리의 인생에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닥치기도 합니다. 단지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쩔 수 있는 점을 찾아 노력과 의지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물론 나의 인생이기도 하겠지요

 

 

 


저자가 의식불명에 빠져 24시간 사람의 손길에 의지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자, 평온하던 한 가정은 흔들립니다. 하지만 의식이 다시 돌아올 것을 믿는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직장에 다녀온 후 아들을 위해 나머지 시간을 씁니다. 다른 두 아이도 지켜야 했던 엄마는 결국 지쳐서 자살까지 시도하다가 의식이 없는 아들을 향해 이 말을 내뱉습니다. 자식을 향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아니라 피울음이겠지요.

그런데 이때 저자는 의식이 깨어있었습니다. 쓰러지고 4년이 지날 무렵에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하다가  7년이 지나 열아홉 살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의식을 되찾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 있는 저자의 변화를 밤낮으로 간호하던 부모님조차 알아채지 못합니다. 이때부터 살아도 살아 있지 않는 유령인간이 되어 버린 저자는 갑옷에 갇힌 몸에서 탈출하려 영혼처럼 자신의 몸 밖을 벗어나려 필사의 노력을 합니다.

 

 



번번이 실패처럼 끝날 것 같은 이 힘겨움은 어느 눈 밝은 간병인을 만나면서 빛이 보였습니다.  깨어났지만 의사표현을 전혀 하지 못하는 저자와의 소통을 위해 여러 관련 기관을 통해 검사를 받았습니다. 오직 몸에서 움직이는 눈꺼풀의 깜박거림을 통해서 <잠수종과 나비>라는  책을 썼던 패션지 엘르 편집장의 경우 일수도 있고 루게릭병을 앓던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음성합성기와 같은 방식으로 소통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양한 기관에서 이처럼 소통하기 힘든 환자와의 소통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습니다.

저자는 컴퓨터를 통한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스스로 컴퓨터의 구조까지 파악하게 됩니다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결국 말은 하지 못해도 컴퓨터를 음성기를 통해 사람들 앞에서 강의까지 하고 대학교를 나오고 자신처럼 의사소통이 힘든 다른 이를 도와주는 일을 할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까지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갇혀 버린 몸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의식으로 살아가기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노력은 비록 육체는 멈춰도 우리의 정신까지 붙잡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충격적인 점을 하나 덧붙이자면 돌봄 시설의 경험담입니다. 부모님의 사정에 따라 잠깐 낮에 머물거나 아니면 한 달씩 시설에서 지내기도 했는데 그 안에서 겪었던 일이 놀라웠습니다. 물론 의식이 없거나 많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대부분이라 힘든 점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유 없이 때리고 괴롭히고 게다가 성적인 학대까지, 결국 차가 달리는 방향만으로도 어느 돌봄 시설에 간다는 걸 깨닫고 몸부림치다 결국 까무러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물론 정성껏 돌봐줬기에 그 덕분에 자신이 깨어있음을 알아봐 주는  간병인도 있기는 하지만 안타까웠습니다. 비록 누워 있어도 이 책의 저자처럼 의식이 깨어있을지 모른다 생각하면 함부로 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나는 무엇보다 누구든 나를 좀 바라봐 주길 바랐다. 나를 본다면 내 얼굴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분명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거기에 공포가 쓰여 있었다.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도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감정이 있었다. 나는 그저 유령 소년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바라봐주지 않았다.(2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