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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가족이 그래> <고령화 가족>

 

 

고령화 가족 표지


 

씨발, 무슨 가족이 그래?”

상고를 졸업하고 정수기 회사에 나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룸살롱을 다녔다며, 왜 그때 눈치를 채고 있었으면서도 모르는 척했냐며 미연은 가족들 앞에서 오열합니다. 그녀의 말처럼 이 가족은 일명 콩가루 집안으로, 이놈의 집구석엔 멀쩡한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소설의 오인모는 마흔여덞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 엄마의 집으로 들어옵니다. 십이 년 전 만든 데뷔작 영화가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려 참패하고 그해 최악의 영화로 선정된 후 더 이상 기회가 사라진 그의 인생은 회복할 수 없는 내리막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집에는 누구하고 싸우다 죽든 술 처먹고 차에 치여 죽든,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지기만을 원했던 형이 이미 살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무수하게 때렸던 형은 전과 5범으로 아버지의 사고로 받은 보상금의 반을 날려 먹고 들어온 터였지요. 게다가 바람을 피워 두 번 이혼한 미연 역시 딸 민경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가족은 동네 할머니의 입방아에 빠질 수 없는 집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평균 나이 사십구 세의 예측불허 조용할 날이 없는 가족이 탄생했습니다. 혼자 피자 한 판을 시켜 먹는 조카에게 분노하지만 먹고 싶으면 시켜 먹으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고기 한 점이라도 서로 더 먹으려고 다투고, 인모는 담배 피우는 조카를 보고 엄마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용돈을 뜯어내고, 미연은 또 다른 남자를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자식들이 모두 중년의 패잔병이 되어 돌아왔으니 칠순이 넘은 엄마는 한숨을 쉴 상황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치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온 자식을 반기는 것처럼 오히려 알 수 없는 생기가 넘칩니다. 마치 패배하고 돌아온 것이 다 고기를 먹지 못해서 인 것처럼 사람은 어려울수록 잘 먹어야 된다며 한 끼도 빠짐없이 고기를 상 위에 올리지요. 즉 엄마는 자신이 해주는 밥을 먹고 자식들이 세상에 다시 나갈 힘을 주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 가족은 묘하게 매력이 있습니다. 얼핏 서로를 못 잡아서 안달이 나는 것처럼 미워하고 부딪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위해주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형은 영화감독인 동생을 자랑스러워해 자랑하고 다녔고, 그런 동생을 위해 주먹을 휘두르고 감옥에 간 전력이 있었지요. 미연 역시 아버지의 병원비와 가난한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술집에 나갔던 것이지요. 게다가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었던 피가 섞이지 않았던 큰 아들을 친자식처럼 돌보며 키웠던 엄마, 그리고 젊은 시절 엄마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 다른 남자의 아이 미연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덮고 데리고 왔던 아버지의 부부의 의리까지.

 

그렇게 엄마의 집에서 함께 밥을 먹던 그들은 다시 힘을 내고 세상으로 나갔습니다. 누군가는 그들의 삶을 실패자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역사를 진행형으로 쓰고 있을 뿐!. 살다가 어느 순간 내려가거나 멈출 수는 있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엄마이고 가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면서도 우리는 이 끈을 놓지 못합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곳이 필요하기에.

 

이 소설은 이런 면을 잘 보여줍니다.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가족이라는 주제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렸습니다. 그래서 좌충우돌로 부딪치는 그들의 모습이 밉기는커녕 부딪치며 뿜어내는 활력에 빠져들게 합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인물들이 살아 있어서 더 소설이 재밌습니다.. 게다가 술술 읽히도록 만드는 문장이라니, 왜 다들 이 작가를 말하는지 잘 알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