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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저자 : 할레드 호세이니
출판 : 현대문학
발매 : 2007.12.25
분야 :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방금까지 읽었던 책의 내용에서 금방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한동안 멍해질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때도 있습니다. 그것이 슬픔이든 감동이든 아니면 따뜻함이든, 어떤 감정이든 상관없이 내 가슴을 흔들어대는 책을 만나면 무척 반갑고 기쁩니다. 그런 책은 자주 만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책을 덮고도 한동안 빠져나오기 힘들었습니다. 짙은 슬픔이 꽉 차는 듯도 하고 제목처럼 어디선가 또 한줄기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런 감동으로 책을 쉽게 놓지 못합니다. 또한 이 여운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서 한 번 읽은 소설은 잘 읽지 않는데 이 책은 세 번째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있었을 때는 도저히 기록으로도 남길 수 없었답니다. 이번에는 다소 차분한 감정으로 읽었는데도 다소 시작이 호들갑스럽게 시작되어버렸네요. 그만큼 아직 읽지 않은 분이 있다면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좋아하는 소설의 취향은 다를 수 있다고 살짝 발은 빼봅니다.
 
이 책은 그 유명한 해리포터를 밀어내고 아마존닷컴에서 베스트 1위를 할 정도로 화제가 된 책입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카불에서 태어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와 의사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조국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이 겪는 아픔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연을 쫓는 아이라는 소설을 발표합니다.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 상황과 출생의 아픔까지 가직고 있는 주인공이 이민 사회에서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 역시 성공적인 반응을 받지만 작가는 4년 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세계사에서도 큰 영향을 끼친 사건 중 하나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 이슬람들이 전쟁에 나섰고 미국은 뒤에서 무기를 지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역사의 아이러니처럼 소련이 물러난 후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들은 손에 쥐고 있던 무기로 내전에 돌입하게 되고, 전쟁을 피해 난민촌에서 지냈던 아이들 일부가 탈레반으로 성장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와 탄압을 하게 됩니다. 이 땅에는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지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이 책은 이 전쟁 속에서 남겨진 여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전쟁은 모든 이를 고통받게 만들지만 그중에서 특히 힘없는 존재에게는 더 가혹합니다.

 

주인공 마리암라일라는 포탄에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견디며 살아남기 위해 버팁니다. 안으로는 폭력적인 남편에 맞서며 밖으로는 여자는 혼자서 돌아다닐 수도 없는 현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내려 필사적이었고 결국 비극과 희망을 갖는 것으로 책은 끝납니다.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견디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렵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표지

 

책에는 슬프고 아픈 장면이 많지만 특히 내가 가장 아프게 느꼈던 것은 마리암의 아버지 잘릴이 딸에게 남긴 편지입니다. 
 
어릴 적 사생아로 태어난 마리암은 일주일마다 자신을 찾아오는 아버지를 무척 좋아했지만 자신이 아버지에게는 숨겨야 할 부끄러운 존재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 때문에 14살 어린 나이에 강압적으로 라시드와 결혼을 하게 된 마리암은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잘릴이 찾아왔을 때도 마리암은 끝내 아버지를 만나지도 않았고 남기고 간 편지도 찢어버렸습니다. 
 
마리암은 13년이 지나서야 '잘릴'이 자신을 찾아온 후 1달 뒤 사망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때 집 안으로 들여서 잘릴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봤어야 했다며, 어리석고 철없이 자존심을 내세운 것을 후회합니다. 잘릴이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폭력적인 남편 라시드에 비하면 얼마나 평범한지, 편지라도 찢지 않았더라면 싶었습니다.
 
만나 주지 않는 딸에게 낙심하며 돌아간 잘릴은 죽기 전 마리암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남깁니다. 
 
너를 내 딸로 삼지 않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게 했던 걸 후회한다. 뭣 때문에 그랬을까? 체면을 구길까 봐 두려워서? 나의 평판에 먹칠을 하기 싫어서? 이 저주받은 전쟁에서 내가 보았던 끔찍한 것들과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하면 그런 것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들이었는지 모르겠구나. 어쩌면 이것은 무정한 사람에 대한 벌인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는 때가 되어서야 뭔가를 깨닫는 사람들을 위한 벌인지 모르겠다.(551p)


전쟁으로 많은 재산을 빼앗기고 여럿 자식들까지 죽고 이제 자신조차 떠날 날이 멀지 않은 잘릴은 지난 시절 그깟 남들의 눈과 평판이 무어라고 사랑하는 딸을 지켜주지 못한 것을 후회합니다.
 
이처럼 누구보다 서로 사랑하지만 자존심을 내세워 끝끝내 외면하며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이 비극적인 전쟁 앞에서는 얼마나 작은 것입니까? 하지만 이들은 너무 뒤늦게 알아버려 서로에게 용서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잘릴의 이 편지를 마리암이 읽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일찍 자존심을 내려놓았다면 용서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결국,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알지도 못한 채 떠나버렸고 이 엇갈린 비극 앞에 편지를 읽는 독자의 마음만이 안타까운 눈물을 흘릴 뿐이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끔 누군가가 미워질 때 나에게 묻습니다. 먼 훗날 되돌아봤을 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나? 아니면 후회하지 않을까? 한 줌 거리도 안 되는 괜한 자존심을 내세워 버티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러면 참 별일 아닌 듯 넘겨질 때가 참 많습니다. 
 
참 길어졌습니다. 이럴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이 글 좀 잘 썼으면 좋겠다입니다. 책 한 권을 읽고 내가 느낀 생각과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언젠가를 기약해야겠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하나입니다. 두껍지만 시간이 되신다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