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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뼈가 들려준 이야기
저자 : 진주현
출판 : 푸른숲
발매 : 2015.10.21
분야 : 과학이야기

 

뼈가 들려준 이야기 

 

가끔 TV에서 유해 발굴 현장을 보게 된다. 죽어서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유해들은 오직 뼈로만 남아서 자신의 존재와 죽음의 단서를 남기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다정했던 얼굴과 보드라운 살이 다 사라지고 뼈만 남아 있는 수많은 유해들의 가족을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10여 년간 사람 뼈를 찾아 베트남과 정글 그리고 유적지의 발굴 현장을 찾아다녔고 현재는 미군의 유해를 발굴해 분석하고 있는 법의인류학자로 일하고 있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뼈를 분석해 사망한 사람의 나이 키 성별 원인 등을 밝힐 뿐 아니라 범죄의 증거까지 찾아내기도 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뼈의 세계가 참 재미있고 흥미롭다. 당장 내 팔과 다리를 만져만 봐도 딱딱한 뼈가 만져진다. 내 몸을 지탱하는 중심이지만 우리가 뼈에 대해 알고 있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비타민D와 칼슘이 필요하고 많이 움직일수록 튼튼하고 안 쓸수록 약해진다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뼈는 나의 모든 흔적을 가지고 있었다. 뼈만 봐도 이 사람이 나이가 몇 살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키는 얼마나 큰지 몸을 많이 썼던 사람인지 같은 것들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음식을 먹으면 음식 속의 화학원소들이 뼈에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에 사람이 죽기 전 10년 전부터 섭취했던 음식과 물의 종류까지 추정할 수 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진화하기까지 거쳐 온 수백만 년 인류의 역사도 담고 있다. 수백 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 조상의 뼈를 통해서 점점 어떤 단계로 변화해 왔는지 또한 그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320만 년 전 아프리카 땅을 누비던 루시의 발굴로 인해 인류의 조상은 네 발로 기는 동물이 아니라 두 발로 걷게 서서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루시의 허벅지뼈 각도와 골반뼈에서 곧게 서서 걸었던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즉 당시 학자들의 상상과 반대로 인류 진화 역사에서 사람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다음에 두뇌 용량이 커졌고 한참 지나서 문화와 언어가 생겼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발견이었다.

 

특히 이 이야기가 담긴 <최초의 인간 루시>라는 책을 통해 루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류의 진화 역사와 인류학계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내용에 빠져들었던 저자는 이 책으로 인해 자신 또한 뼈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그녀가 그랬듯이 누군가 이 책을 읽고 또 이 길을 따라갈지도 모르겠다.

 

 

뼈가 들려준 이야기 표지

 

그 정도로 이 책은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뼈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태아의 형성기에 만들어진 뼈가 어린 시절을 거쳐서 어떻게 어른이 될 때까지 변화하는 뼈의 형태도 알 수 있고, 수백만 년 전에는 말굽이 세 개였는데, 빨리 달리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되면서 점점 하나로 붙어버린 사실 등 동물들의 뼈 속에 담긴 진화의 역사도 담고 있다.

 

쇄골이 움직임이 별로 없어 평생 밀도와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어 지문처럼 유용한 신분 확인에 이용되고, 우리나라에서는 튀어나온 광대뼈를 깎아 내는 수술을 받지만 사실은 광대뼈가 울고 웃고 씹는 모든 것에 관여하는 진화의 산물로 미국에서는 오히려 도드라지는 화장법을 한다는 사실도 재미있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이미 뼈의 중요성을 깨달아 관리하고 있는 미국의 많은 박물관과 대학의 ‘법의인류학센터’에 관한 이야기다. 이곳에서는 신원 파악이나 사건 해결을 위해서 시신의 부패 과정이나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죽은 자가 남긴 진실의 말을 듣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 CSI 드라마를 탄생시킨 ‘법의곤충학’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 자연사 박물관에 33천 명의 사람 뼈가 모아져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이처럼 저자는 뼈를 가지고 인류학 진화생물학 고고학까지 넘나들며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신기한 뼈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신의 뼈가 부러진 경험이나 출산 그리고 아이를 통한 경험을 적절하게 배치할 뿐 만 아니라 전문적인 분야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쓰는 능력이 뛰어나 읽는 내내 참 글 잘 쓴다는 감탄을 하게 만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늘 메모지와 연필을 들고 다니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적었다는 그녀의 습관에다가 알면 알수록 사랑하게 되고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흥미롭다는 뼈에 대한 열정이 합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덕분에 뼈의 세계가 참 재미있어졌다.